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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2막 이야기

[연재] 인생 2막의 여정(제7화) : 닭갈비 식당 문을 닫다

by 조삿갓 2025. 1. 12.
◆  지난 제6화에서는 병마가 물러간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번 제7화에서는 닭갈비 식당 문을 닫은 이야기입니다,

❙   닭갈비 식당 운영 재개

병마가 물러간 뒤, 그동안 소홀했던 식당 일을 다시 챙기기 시작했다. 사실 식당을 시작한 건 거창한 꿈 때문이 아니었다. 공무원  퇴직 후의 새로운 직업을 찾아보기 위해서였다.

 

식당을 차리기 전에는 "설마 공무원 월급 정도는 벌 수 있겠지"라고 생각하며 자신감에 차 있었다. 당시 내 월급은 380만 원 정도였고, 퇴직할 경우 퇴직수당 5,000여 만원과 매월 230만 원의 공무원 연금을 받을 수 있었다. 단순히 계산해 보니 월급과 연금의 차액인 150만 원 정도만 벌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실제 식당을 운영해 보니 수익을 내기가 결코 쉽지 않았고, 인건비와 재료비를 제하고 나면 한 달에 100만 원 벌기도 힘들었다.

 

틈틈이 다른 식당들의 사정은 어떤지 유심히 살펴보았다. 대부분 우리 식당 보다 나은 듯 보였지만, 비용을 제하고 나면 남는 게 별로 없는 외식업의 현실을 실감했다.

 

'아이들 교육비도 대야 하고, 가끔 여행도 가고 영화도 봐야 할 텐데...' 다른 식당 주인들은 공무원 월급보다 적은 수입으로 어떻게 살아갈까? 갑자기 궁금해졌다. 알고 보니  식당 주인들 대부분은 여행이나 영화관람 같은 문화생활에는 관심이 없었고, 그저 하루하루 먹고사는 데만 급급해 보였다. 

 

당초 기대와 달리 식당 운영 수익은 턱없이 부족했고, 이 상태로 운영을 지속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럼에도 손님이 많고 수익을 잘 내는 식당 사장님들도 있었다. 그들의 성공 비결을 알고 싶어 직접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었고,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첫째, 차별화된 맛이었다. 똑같은 식재료를 사용해도 그들만의 특별한 노하우로 훨씬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냈다.

 

둘째, 든든한 후원자가 있었다. 예를 들어, 삼겹살집 사장님은 도축장에서 일하는 아들을 통해, 횟집 여사장님은 수산시장에서 도매업을 하는 남편을 통해 신선하고 품질 좋은 재료를 유리한 조건에 안정적으로 공급받고 있었다.

 

셋째, '넉넉한 자본'이었다. 넓고 쾌적한 공간, 세련된 인테리어는 손님들을 끌어들이는 강력한 무기였다. 재정적인 여유가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치열한 외식업계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이 세 가지 요소, 즉 차별화된 맛, 든든한 후원자, 그리고 넉넉한 자본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절감했다.

손님들로-북적이는-닭갈비-식당
손님들로 북적이는 닭갈비 식당

❙   식당운영의 한계와 폐업

하지만 우리 식당은 어떠했나? 특별한 노하우도, 든든한 후원자도, 넉넉한 자본도 없었기 때문에 다른 식당들과 차별점을 만들어 낼 수 없었다. 요행만 바라며 식당을 계속 운영할 수는 없었다. 결국, 폐업이라는 쓰라린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이제 남은 문제는 '어떻게 하면 손해를 덜 보고 식당을 정리할 수 있을까? 였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문제가 떠올랐다. 처음 식당을 인수할 때 권리금 3천만 원을 지불했는데,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지 못할 경우 권리금을 포기하고 나가야 한다는 문제였다.

 

임차인을 구하기 위해 부동산에 가게를 내놓았지만, 두 달이 넘도록 문의 전화 한 통 없었다. 하루하루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줄기 빛과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천안고속버스터미널 인근의 식당들이 대규모 아파트단지 건설로 인해 다른 곳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소식이었다.

 

며칠 지나지 않아 새로운 터전을 찾는 식당 주인들의 발길이 잦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 식당을 인수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천만다행으로 권리금 3천만 원을 고스란히 받고 큰 손실 없이 식당을 정리할 수 있었다.

 

닭갈비 식당 문을 닫은 후,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도계장을 운영하는 지인과 손잡고 토종닭을 이용한 '치킨 프랜차이즈' 사업에 도전한 것이다.

 

토종닭으로 치킨을 개발해 시식회를 열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고기가 너무 질기다"는 혹평이 대부분이었다. 결국, 새로운 사업 아이템은 빛을 보지 못하고 접어야 했다. 씁쓸했지만, 값진 경험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은퇴 후 식당 창업을 선택한다. 특별한 기술이 없어 재취업도 어렵고, 체면상 남 밑에서 허드렛일은 하기 싫고, 평생 월급쟁이로 살다가 "사장님"소리 듣고 싶은 마음, 그리고 가족 중 맛의 달인이 꼭 한두 명씩 존재하기에 성공할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나 역시 그런 사람들 중 하나였다. 하지만 철저한 준비 없이 막연한 기대만으로 시작한 식당은 대부분 실패로 끝난다. 

 

더욱 경계해야 할 것은 '사기'의 위험이다. 

 

세상 사람들은 직장에서 막 나온 퇴직자를 '세상 물정 모르는 호구'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식당 문을 열기도 전에 사기당하는 은퇴자들이 부지기수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험한 세상에서 살아보지 않은 공무원이나 교사, 군인 등 공직자 출신들은 사기꾼들의 주요 표적이 될 수 있으니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나 또한 처음 닭갈비 식당을 인수할 때, 큰 피해는 없었지만 황당한 일을 겪은 적 있었다. 

◆  인생 2막의 여정(제7화)에 이어 다음 이야기는 제8화에서 계속됩니다. 그럼 제8화에서 다시 만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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