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제4화에서는 낯선 사람들과의 만남에 대해 이야기 했습니다. 이번 제5화는 마지막 희망이 되었던 하나님을 알게 된 이야기입니다. |
❙ 지성인들의 놀라운 선택
시간이 흐를수록 '정말 신(神)은 존재하는가?'라는 의문이 점점 커져갔다. 해답을 찾기 위해 졸린 눈을 비비며 밤새도록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 컴퓨터 화면에는 신의 존재를 체험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끝없이 이어졌다.
유명 연예인이 갑자기 방송에서 사라진 뒤, 신내림을 받고 무속인의 길을 걸었다는 이야기. 성공한 사업가가 모든 재산을 내려놓고 불교에 귀의했다는 이야기. 부와 명예를 누리던 사람이 세상을 등지고 오지로 들어가 선교사가 되었다는 이야기까지.
내가 가진 지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수많은 사례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그들은 대체 무슨 사연이 있었길래, 그런 선택을 했을까? 궁금해 견딜 수 없었고, 그들의 사연에 대해 더 깊이 파헤쳐 보았다.
그중 두 가지 이야기가 특히 눈길을 끌었다.
하나는, 1980년대 중반 한국에 채식 열풍을 일으켰던 한 의학박사가 미국으로 건너가 병원을 운영하며 막대한 수입을 올리다가, 하나님을 알게 된 후 병원을 그만두고 설악산 오지로 들어가 불치병 환자들을 돌보며 치유사역에 헌신하는 이야기.
둘 째는, 신이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려 연구를 진행하다가, 오히려 하나님의 존재를 발견한 뒤 지금은 복음 전파에 헌신하게 된 K대학교 교수의 이야기.
그들은 나보다 훨씬 뛰어난 지성인들인데, 어째서 신의 존재를 믿는 것일까?라는 강한 의문이 들었다. '신이 있다고?...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단정 짓고 살아온 내 고정관념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한 번도 펼쳐본 적 없는 성경을 구입해 읽기 시작했다. 그 속의 이야기들이 사실인지, 허구인지 검증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여러 서적과 자료들을 성경과 대조하며 읽어가던 중, 뜻밖의 놀라운 사실들을 발견했다.
하나님의 존재를 가리키는 수많은 증거들을 접하게 되면서, 내가 지금까지 잘못된 신념에 사로잡혀 있었던 게 아닌지 되짚어 보게 되었다.
(물론 하나님의 존재는 이성이나 과학으로는 증명할 수 없으며, 개인의 신념과 체험에 따라 다양한 의견이 있으므로 더 이상의 언급은 생략합니다.)
❙ 형수와의 만남
절망 속에서 지푸라기라도 잡아보자는 심정에서, 나는 생애 처음으로 신에게 의지해 보기로 결심했다. 그 신은 다름 아닌 성경의 하나님이었다. 하나님이 모든 신을 지배한다고 여겨졌고, 이왕이면 가장 강력한 신께 의지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1998년 1월의 어느 토요일 오후,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던 날이었다. 나는 형수를 만나기 위해 경기도 광주의 형님 댁을 찾아갔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형수는 과거 나에게 "인간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영적 세계가 있으며, 하나님은 살아계신다"라고 여러 번 이야기했었다. 하지만 나는 형수의 신념을 받아 들기보다 광신도로 여기며 불편한 감정을 품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 1995년 6월, 여름이 막 시작되던 어느 일요일이었다. 그날은 아버지 생신이어서 온 가족이 이른 아침부터 생신 준비로 분주했다. 하지만 형수는 늘 그랬듯 주일예배 참석을 이유로 아버지 댁에 오지 않았다.
평소 며느리에게 싫은 소리 한마디 안 하시던 어머니조차 그날은 집안일을 도와주지 않는 형수에게 불만을 터뜨리셨다.
점심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아버지 댁에 도착한 형수는 "늦어서 죄송합니다"라며 인사하고 마루에 앉아 잠시 숨을 고르고 있었다.
나는 무뚝뚝한 얼굴로 형수 앞에 마주 앉았다. 그러고는 신고 있던 양말을 벗어 엄지발가락을 내밀며 "하나님이 밥 먹여 줍니까? 하나님 대신 이 발가락을 믿는 게 어때요?"라고 말하며 조롱했다. 정말 천벌 받은 짓을 한 것이다.
그렇게 형수를 핍박했던 내가, 이제는 가슴속에 꽁꽁 숨겨두었던 속사정을 털어놓으려 형수를 만나러 간 것이다.
❙ 눈 내리는 날의 기도
형님 댁에 들어서자 형수는 "삼촌!(나를 삼촌이라고 불렀다), 눈이 와서 길이 미끄러울 텐데 어쩐 일이세요?"라며 놀란 얼굴로 나를 맞았다. 형님은 개인택시 영업을 나가고 집에 없었다.
나는 형님 댁 근처 마트에서 산 음료수 한 박스를 식탁에 올려놓고 자리에 앉았다. 형수도 커피 두 잔을 내오며 내 맞은편에 앉았다.
커피를 마신 후 속사정을 털어놓으려 했지만,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형수도 내 눈치를 살피며 말없이 바라보고만 있었다.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른 뒤, 마침내 나는 겨우 입을 열었다.
"무슨 병인지 모르겠어요. 이제는 죽고 싶은 생각뿐입니다"라며 그동안 가슴에 꽁꽁 묻어두었던 내 속사정을 털어놓았다.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형수는 "하나님 아버지!... 우리 삼촌 살려주세요"라며 내 두 손을 꼭 잡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형수의 기도에 당황했지만, 기도가 끝날 때까지 나는 두 손을 모은 채 조용히 앉아 있었다.
기도가 끝자자 형수는 "아무 말하지 말고 그냥 따라오세요!"라며 단호하게 말했다. 평소였으면 거절하고 싶었지만, 그럴 처지도 분위기도 아니어서 나는 말없이 형수를 따라나섰다. 끝.
◆ 인생 2막의 여정(제5화)에 이어 다음 이야기는 제6화에서 계속됩니다. 그럼 제6화에서 다시 만나기를 기대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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