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제3화에서는 인생 2막을 시작하기 전, 갑자기 찾아온 병마로 몸과 마음이 황폐해가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이번 제4화는 길거리에서 낯선 사람들과 만나게 된 배경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
❙ 병가 신청의 어려움
몸이 아플 때는 직장에 병가를 신청해서 쉴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병가를 신청하려면 진단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주변의 시선이 신경 쓰여 포기하고 말았다. 병명조차 모르는 상태에서 진단서를 제출하면 '신(神) 병에 걸렸다'거나 '정신병자'라는 소문이 퍼지지 않을까 염려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가 정부과천청사에서 공무원 교육원으로 자리를 옮긴 후에도 '여자 문제로 쫓겨났다더라. 부인과 이혼했다더라'와 같은 터무니없는 소문들이 떠돌았다.
당시 공무원 사회에서는 정부과천청사 근무를 마치 벼슬처럼 여겼기 때문에,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하부기관으로 자리를 옮기는 경우는 없었기에 그런 소문들이 퍼졌던 것이다.
사람들은 칭찬보다는 험담이나 자극적인 이야기를 좋아하고, 누군가에 대한 나쁜 소문은 퍼질수록 부풀려지기 마련이다. 오죽하면 '나쁜 소문은 날아가고, 좋은 소문은 기어간다'라는 속담이 생겼겠는가.
혹시나 소문이 날까 염려되어 아내에게조차 내 증세를 자세히 털어놓지 않았고, 가끔 아내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말을 걸어오면 "금방 괜찮아질 테니 신경 쓰지 마!"라고 쏘아붙이며 혼자 견뎌온 나였다.
❙ 위기의 순간
그렇게 혼자 끙끙 앓고 있다가, 죽고 싶다는 헛된 소망이 싹트기 시작한 어느 토요일 저녁이었다.
수원에서 일을 마치고 집에 가려고 천안행 전철에 몸을 실었다. 자리에 앉아 멍하게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머리가 깨질 것 같은 날카로운 감각이 느껴졌다.
곧이어 내 머리 윗부분이 들리더니, 냄비 뚜껑이 열리듯 벌어지는 것 같았다. 대단히 화가 많이 난 사람에게서 '뚜껑이 열렸다'는 말은 들어봤어도, 실제로 내 머리 뚜껑이 열리다니... 도저히 믿겨지지 않았다. 이내 온몸이 뜨거워지고 정신이 아득해졌다.
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어린 두 아이들의 얼굴이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불현듯 '나 하나 죽는 것쯤은 두렵지 않지만, 내가 없으면 아이들은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토록 절박한 순간에도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아이들의 풀 죽은 얼굴이었다.
바로 그 순간, '죽으면 안 돼... 아이들을 돌봐야 해!...' 주문을 외우듯 마음속으로 계속 외쳤다. 어느새 뜨거운 눈물이 두 뺨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온몸에 힘이 빠져 소리조차 낼 수 없었지만, 두 손을 깍지 끼고 온 힘을 다해 머리를 감싸 쥐었다. 머리 뚜껑이 열리면 악령이 내 몸안에 들어오거나, 바로 죽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반사적으로 취한 행동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머리 윗부분을 들어 올리던 날카롭고 강력한 힘은 서서히 사그라들었다. 흠칫 놀라 주위를 둘러보니 몇몇 승객들이 의아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손바닥으로 머리를 구석구석 만져보았다. 다행히 어디에도 금이 가거나 깨진 흔적은 없었다. 정체 모를 강력한 힘에 압도되어 머리가 열리는 것 같았지만, 실제론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날 이후론 죽고 싶다는 헛된 소망을 버렸다. 오히려 살아야겠다는 강한 의지가 생겼고, '호랑이한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라는 옛말이 떠올랐다.
나는 한동안 중단했던 단전호흡과 명상훈련을 다시 시작했다. 의식적으로는 되는 일이 없었기에, 내면의 무의식을 바꾸기 위한 수련에 몰두했다.
❙ 낯선 사람들과의 만남
그러던 어느 날부터 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혼자 길을 걷다 보면 어디선가 낯선 사람들이 나에게 불쑥 다가와 이상한 말을 건넸다.
"당신은 신이 선택한 사람입니다, 이 고비만 잘 넘기면 신의 은총을 받을 겁니다"
"당신은 큰 사명을 갖고 태어났습니다"
이런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들을 늘어놓았다. 당시 나는 철저한 무신론자였고, 특히 무속인이나 스님, 목사 같은 종교인들은 궤변을 일삼는 자들이라 여겨 적대시하던 때였다.
낯선 사람들이 나에게 다가와 이런 이야기를 할 때마다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 하고 있네"라고 혼자 중얼거리며 도망치듯 피하곤 했다.
하지만 이런 일은 한두 번이 아니라 셀 수도 없이 계속 반복되었다. 어떤 날은 남자였고, 어떤 날은 여자였으며, 때로는 한 사람이, 때로는 두 사람이 불쑥 찾아와 말을 건넸다.
도대체 왜 이런 이상한 일들이 계속 일어나는 걸까? 우연이라고 치부하기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너무 많았다. '우연이 반복되면 필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시간이 갈수록 '정말 신(神)은 존재하는가?'라는 의문이 머릿속을 맴돌았고, 결국 나는 신의 존재 여부를 알아보기로 마음먹었다. 끝.
◆ 인생 2막의 여정(제4화)에 이어서, 다음 이야기는 제5화에서 계속됩니다. 그럼 제5화에서 다시 만나기를 기대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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