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직장을 떠나 인생 2막을 펼치게 되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누군가는 순탄한 길을 걷지만, 또 누군가는 험난한 가시밭길을 걸으며 살아갑니다. 제가 바로 그 가시밭길을 걸어온 사람입니다.
이제부터 들려드릴 이야기는, 제가 직장을 떠난 뒤 시작된 인생 2막의 여정 속에서 마주친 시련과 고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 길을 먼저 걸어본 사람으로서, 여러분들이 저와 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 좀 더 쉽게 세상을 헤쳐나가는데 도움이 되길 바라며 이 글을 올립니다.
[ 목 차 ] 1. 글을 쓰게 된 이유 2. 글쓴이 소개 3. 인생 2막의 여정들 4. 재도전의 기회 5. 제1화를 마치며 |
1. 글을 쓰게 된 이유
저는 오래전부터 제가 경험했던 일들을 정리해 글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마냥 미루기만 했었죠. 그러다 우연히 '블로그'를 알게 되었고, 이곳에 글을 올리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글을 쓰게 된 것입니다.
2. 글쓴이 소개
본격적인 이야기 전개에 앞서, 간단히 제 소개를 드리겠습니다. 저는 1958년 경남 삼천포의 작은 어촌마을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린 시절을 고향에서 보내고 서울로 올라와 국가공무원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고, 정부과천청사에서 근무하며 평범한 공무원으로 살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병마에 시달리며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다가 기적적으로 치유되는 체험을 했습니다. 그 체험으로 인해 제 인생은 송두리째 바뀌었고, 결국 2010년, 52세의 나이에 사표를 던지고 인생 2막의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였습니다.
3. 인생 2막의 여정들
흔히들 인생은 시련의 파도를 헤쳐나가는 여정이라고 말하지만, 제 인생 2막은 마치 폭퐁우 속의 돛대 잃은 조각배 같았습니다. 전국 곳곳을 떠돌아다니며 실패를 업(Job)으로 삼았고, 한 때 돈을 좀 벌기도 했지만 매번 사기당하거나 재수가 없어 깡그리 잃기 일쑤였죠.
앞으로 연재될 이야기에서 자세히 소개해 드리겠지만, 우선 제 인생 2막의 여정들을 간략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첫 번째 여정 : 닭갈비 식당 운영
천안 고속버스터미널 맞은편의 '먹자골목'에서 닭갈비 식당을 차렸습니다. 퇴직 후 생계수단을 마련하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지만, 장사가 잘 안돼 1년 2개월 만에 가게 문을 닫았습니다.
❚ 두 번째 여정 : 정권 실세의 비선 조직 근무
식당 실패 후, 당시 정권의 핵심 인사가 운영하는 비선 조직에 들어갔습니다. 큰 기대를 품고 일을 시작했지만, 정치권의 논란에 휘말려 조직이 해체되면서 불과 2개월 만에 떠나야 했습니다.
❚ 세 번째 여정 : 복숭아 과수원 운영
비선 조직을 떠난 후, 이천시 장호원에서 복숭아 농사를 지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중부지방을 강타한 40년 만의 혹한으로 복숭아나무가 전부 얼어 죽는 바람에, 농사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 네 번째 여정 : 오리농장 운영
복숭아 농사 실패 후, 오리 농장을 운영했습니다. 9,870㎡의 부지에 농장을 짓고 열심히 오리를 키웠지만, 뜻밖의 사고로 인해 농장을 잃고 말았습니다.
❚ 다섯 번째 여정 : 부동산 중개사무소 운영
오리농장 사고의 여파로 법적 분쟁에 시달리며 힘든 시간을 보내다가, 정신을 차리고 부동산 중개사무소를 열었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고객에게 바가지를 씌우지 않고서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냉혹한 현실을 깨닫고 결국 1년 2개월 만에 폐업했습니다.
❚ 여섯 번째 여정 : 피트모스(Peatmoss) 채굴회사 근무
부동산 중개사무소 폐업 후, 러시아 사할린에서 피트모스를 채굴하는 회사의 고용 사장으로 일하게 되었죠. 새로운 도전에 대한 열정으로 가슴이 뛰었지만, 회사가 자금난에 빠지면서 이 또한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결국 이 일도 손을 놓아야 했습니다.
❚ 일곱 번째 여정 : 돼지고기 유통업체 대표이사 근무
피트모스 채굴 회사를 떠난 뒤, 청주시의 한 돼지고기 유통업체에 스카우트되어 대표이사를 맡았습니다. 이번에는 드디어 안정을 찾나 싶었는데, 이 또한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회사 직원의 자금 횡령 사건이 터지면서 모든 책임을 지고 사임해야 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법적 책임은 면할 수 있었지만, 또 한 번의 쓰라린 경험으로 남았습니다.
❚ 여덟 번째 여정 : 고통과 방황의 시기
연이은 실패로 깊은 절망감에 빠졌습니다. '혹시 신(God)께서 나를 미워해서 이렇게 괴롭히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하늘을 쳐다보며 삿대질하곤 했었죠. 끝없는 스트레스 속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지만, 그마저도 실패로 끝났습니다. '죽는 것조차 내 맘대로 안 되는구나!' 싶어 다시 마음을 다잡고 일어났습니다.
❚ 아홉 번째 여정 : 쿠팡 택배일과 대리운전 알바
'다 망한 마당에 못 할게 뭐 있냐?' 싶어 인생의 바닥으로 내려갔습니다. 낮에는 쿠팡에서 택배 일을, 밤에는 대리운전을 했습니다. 육체적으론 그리 힘들지 않았지만, 자존심 무너지는 순간들이 자주 찾아오더군요.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라는 회의감이 들 때마다 인생의 허무함에 시달렸고, 결국 이 일들도 그만두고 말았습니다.
❚ 열 번째 여정 : 염소 사육
모든 걸 내려놓고 경북 안동의 한적한 시골로 내려가 염소를 키우며 살았습니다. 자연 속에서 염소들과 함께 지내는 동안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인간이란 뜻을 세울 수는 있지만 뜻대로 되는 게 거의 없는 존재라는 것을. 그리고 인간의 진정한 행복은 많을 걸 움켜쥐기보다는 아낌없이 내려놓을 때 찾아온다는 사실을요.
4. 재도전의 기회
염소들과 평온한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과거 함께 일했던 피트모스 채굴회사 대표에게서 뜻밖의 연락이 왔습니다. 회사의 자금난이 해결됐으니 다시 함께 일하자는 제안이었죠. 처음엔 '이 나이에 뭘 하겠냐?' 싶어 거절했습니다.
그러다 며칠 후, 우연히 KFC 창업자 '커널 샌더스'의 이야기를 읽게 되었습니다. 20대부터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다 65세의 나이에 프랜차이즈를 창업해 세계적인 치킨제국을 건설했다는 이야기였죠. 그 이야기는 제 마음 깊은 곳에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습니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제 인생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도전해보려고 합니다. 올해 제 나이 66세, '커널 샌더스'가 창업했을 때 보다 한 살 더 많지만, 아직도 일하는데 아무 문제없고 마음은 여전히 청춘이거든요. 이번이 아마 제 인생 마지막 도전이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번 도전이 성공할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과거처럼 결과에 얽매이지 않으려 합니다. 제 의지와는 무관하게 상황이 뜻대로 흘러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지난 경험을 통해 잘 알기 때문이죠.
5. 제1화를 마치며
지금 와서 돌아보면, 과거의 힘든 시간들이 결국 저를 단단하게 만들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마음 한 구석엔 풀리지 않는 의문이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과연 이 모든 일들이 우연의 연속이었을까? 아니면 이미 정해진 운명의 길이었을까?'라는 질문입니다.
때론 그 어느 것도 제가 선택한 게 아니라, 어떤 초월적 존재에 이끌려 여기까지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마치 폭포수의 거센 물살에 휩쓸려 떠내려온 나무토막처럼, 아무런 저항도 못해보고 그냥 떠밀려 온 것처럼 말이죠.
지금도 그때의 기억들이 떠오르면 코끝이 찡해지고 눈이 아파옵니다. 이제부터 제 가슴 깊이 묻어 두었던 기억의 조각들을 하나씩 꺼내어 이야기를 시작하려 합니다. 아마도 긴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앞으로 총 60-70회의 연재를 통해, 제가 경험한 실패들과 그로부터 얻은 인생의 교훈들을 솔직하고 꾸밈없이 담아내겠습니다. 제가 겪었던 시행착오와 실패가 여러분에게 거울이 되어, 인생 2막을 좀 더 쉽게 헤쳐나가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끝으로, 삶의 여정에서 겪는 어려움이 때론 우리를 단단하게 만드는 과정임을 잊지 마시기를, 그리고 그 순간마다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으시면 좋겠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28년 전,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병마와 싸우며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었던 그때로 돌아가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끝.
◆ 인생 2막의 여정(제1화)에 이어서, 다음 이야기는 제2화에서 계속됩니다. 그럼 제2화에서 다시 만나기를 기대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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