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제5화에서는 마지막 희망이 되었던 하나님을 알게 된 과정에 대해 이야기 했습니다. 이번 제6화는 병마가 물러간 과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
❙ 목사님의 기도
나는 승용차에 올라 형수를 조수석에 태우고 차를 몰았다. 30분쯤 달리다 보니 경기도 성남의 한 장로교회 주차장에 도착했다. 우리는 차에서 내려 붉은 벽돌로 지어진 교회 건물 2층의 목양실로 향했다.
목양실에 들어서자 단정한 모습의 목사님께서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나는 어색한 얼굴로 목사님께 인사드린 후 소파에 앉았다. 목사님은 형수와 잠시 대화를 나눈 뒤 자리에서 일어나 내 머리 위에 손바닥을 얹었다. 그리고는 주문을 외우듯 기도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낮은 목소리로 들리는 기도 말씀이 무슨 뜻인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점차 기도 소리가 커졌고, 목사님께서 내 병을 치유해 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잠시 후 온몸이 뜨거워지며 마치 전류가 흐르듯 팔다리가 찌릿찌릿해졌다. 이어서 가슴속 깊은 곳에서 묵직한 무언가가 내 머리 중심을 뚫고 하늘로 솟구치는 강렬한 기운이 느껴졌다.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놀라운 체험이었다.
기도가 끝나자 흐릿했던 머리가 맑아지고 가슴속이 뻥 뚫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나는 한동안 넋을 잃고 멍하니 앉아 았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정신을 차렸을 때, 목사님이 내 등을 두드리며 "하나님께서 반드시 치유해 주실 테니 걱정 마시고 매일 기도하세요"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목사님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차를 몰아 다시 형님댁으로 향했다. 차 안에서도 머릿속은 기도 중 느낀 강렬한 체험으로 가득했고, 할 말을 잃은 채 앞만 보고 운전했다.
형님 댁에 도착하자 형수는 "추운데 차라도 한 잔 하고 가세요"라고 권했지만, 나는 "다음에 할게요"라고 대답하며 서둘러 운전석에 앉았다. 예전에 형수를 광신도라고 조롱했던 기억이 떠올라 민망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차 시동이 걸리자, 형수는 눈발이 날리는 차 밖에 서서 "삼촌!... 하나님께 꼭 기도하세요!"라고 크게 외쳤다.
❙ 병마가 물러가다
이튿날 새벽, 동이 트기도 전에 눈을 떴다. 창밖에는 희미한 달빛만이 어둠을 밝히고 있었다. 나는 침대에서 내려와 바닥에 조용히 무릎을 꿇었다. 생전 처음으로 하나님께 기도를 드리는 순간이었다.
"하나님, 부디 제 병을 고쳐주소서..."
서툴고 어색한 기도였지만, 간절한 마음만은 하늘에 닿을 것 같았다. 그날부터 매일 새벽, 알람 소리 보다 먼저 깨어나 기도하며 맹세했다.
"하나님... 제 병을 치유해 주신다면, 평생 주님의 종으로 살겠습니다..."
그렇게 열흘쯤 지난 어느 날이었다. 그동안 나를 괴롭히던 증상들이 말끔히 사라진 것을 깨달았다. 손떨림도 멈추고, 가슴을 짓누르던 통증도 사라졌으며, 팔다리의 감각이 완전히 돌아왔다.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온몸이 가볍고 편안해졌다.
그 후로는 끔찍했던 고통은 다시 찾아오지 않았고, 나에게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를 하던 사람들도 두 번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한동안은 치유의 감사함으로 형수와 함께 교회를 다녔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교회에 나가지 않았고, 하나님과도 멀어졌다. 세월이 흐르면서 치유의 은혜마저 희미한 기억 속에 묻혀버린 것이다.
인간이란 얼마나 간사한 존재인지? 특히 내가 얼마나 패역한 인간인지? 많은 세월이 흐른 뒤 비로소 깨달았다.
어쨌든 나를 죽음의 문턱까지 몰아넣었던 병마는 거짓말처럼 사라져 버렸고, 인생의 거센 파도가 끝없이 밀려오는 줄도 모른 채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 인생 2막의 여정(제6화)에 이어 다음 이야기는 제7화에서 계속됩니다. 그럼 제7화에서 다시 만나기를 기대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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