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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빌려준 돈, 떼인 돈 받아내는 방법(제5화) : 수입업자에게 빌려준 돈을 모두 돌려받다

by 조삿갓 2024. 10. 10.
◆  지난 제4화(사기죄 증거 수집을 마무리하다) 이어 제5화의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이번 제5화에서는 사기죄 고소장 제출과 빌려준  돈을 모두 돌려받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소개하겠습니다. 제 경험이 빌려준 돈, 떼인 돈을 받아내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 목 차 ]

 

5-1. 마지막 경고

 

5-2. 사기죄 고소장 제출

 

5-3. 빌려준 돈 전액 회수

 

5-4. 아내의 매서운 한마디

 

5-5. 맺음말

경찰서-순찰차
경찰서 순찰차

 

5-1. 마지막 경고

사기죄 고소장 제출에 앞서 수입업자에게 마지막 기회를 한 번 더 주기로 했습니다. 카카오톡과 내용증명 우편을 통해 다음과 같이 경고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귀하가 5월 31일까지 갚기로 약속한 돈이 아직도 입금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열흘간 시간을 더 줄 테니, 6월 10일까지 천만 원을 입금하기 바랍니다. 만약 이번에도 입금하지 않을 경우 법적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이번이 마지막 경고이니 명심하길 바랍니다''

 

경고 메시지를 보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수입업자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왔습니다.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법적 조치한다고 협박하는 거요? 법적 조치를 하든 말든 마음대로 하세요!"

 

그는 이렇게 화를 버럭내곤 전화를 끊어버렸습니다. 그의 반응을 보아 돈 갚을 의사가 전혀 없음이 분명해졌습니다.

 

5-2. 사기죄 고소장 제출

 

본격적인 고소 절차 진행을 위해 증거 정리에 착수했습니다. 먼저 휴대폰에 저장된 녹음 파일을 들으며 녹취록을 만들었습니다.  요즘은 음성 - 텍스트 변환 서비스(클로바노트, 다글로 등)를 이용하면 쉽게 기록할 수 있지만, 예전에는 모든 내용을 직접 듣고 손으로 써야 했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다음으로, 대한법률구조공단 홈페이지에서 양식을 다운로드하여 고소장을 작성했습니다. 고소 내용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아래의 증거들도 첨부하여 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습니다. 

 

1) 수입업자에게 천만 원을 이체한 거래내역

 

2) 중국에서 옥수수가 수입되지 않았다는 통화 녹음과 녹취록

 

3) 친구를 통해 옥수수 수입대금을 지불했다는 통화 녹음과 녹취록

 

4) 허위 사업계획서와 그 계획이 거짓임을 증명하는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증언과 녹취록

 

5) 빌린 돈의 상환날짜를 확정한 수입업자의 통화 녹음과 녹취록

 

6) 옥수수 수입 여부 등에 대한 질문과 수입업자의 무응답 기록

 

며칠 뒤 저는 00 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의 연락을 받고 고소인 조사를 위해 경찰서로 향했습니다. 담당 수사관은 제가 제출한 고소장을 책상 위에 올려놓은 뒤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수사관의 첫마디는 이랬습니다. "증거 자료를 정말 철저히 준비하셨네요, 공직에 오래 계셨던 것 같은데, 어떻게 이런 일을 당하셨어요?" 

 

저는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습니다. " 공직을 떠난 지 얼마 안 돼 세상 물정에 너무 어두워서 그랬나 봅니다"

 

조사를 마치고 경찰서를 나서며  '앞으론 누구를 막론하고 절대 돈거래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로부터 며칠 후, 수입업자에게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돈이 없어서 갚지 못한 건데... 사기죄로 고소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앞으로 열흘만 시간을 더 주시면 꼭 갚을 테니, 고소를 취하해 주시길 부탁합니다 "

 

하지만 저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 집어치우고, 먼저 돈부터 갚으세요"라고 말하며 단칼에 잘라버렸죠.

 

아마도 그는 경찰서에 불러가 조사를 받은 뒤, 사기죄에서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고소 취하를 부탁했을 것입니다. 사기꾼들은 처음엔 '배 째라'라고 큰소리치다가도 궁지에 몰리게 되면 자비를 구걸하곤 합니다.

5-3. 빌려준 돈 전액 회수

며칠이 지나자, 제 계좌로 돈이 들어오기 시작하더니 사흘 동안 일곱 차례에 걸쳐 천만 원이 모두 입금되었습니다. 여러 차례 나눠 천만 원이 모두 입금된 것을 확인하며, 수입업자의 다급한 상황이 눈에 선했습니다. 아마 그는 여기저기 손 벌리고 다니면서 필사적으로 돈을 마련했을 것입니다.

 

천만 원이 모두 입금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담당수사관에게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피고소인이 돈을 다 갚았다고 하던데, 돈은 다 받았습니까?"

 

  "아뇨... 원금 천만 원은 받았지만 이자를 못 받았어요. 법정 이율 5%를 적용하면 이자 50만 원을 더 받아야 합니다"

 

"아이고!... 어렵게 돈을 받았는데 이자까지 받으시려고요? 웬만하면 이자는 포기하시고 고소를 취하하는 게 어떨까요?

 

저는 "한 번 생각해 보겠습니다"라고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고소를 취하해 줄까? 말까? 한참을 망설이다, 그와 더 이상 엮이고 싶지 않아 결국 고소 취하서를 제출했습니다. 사기죄는 고소가 있어야만 처벌되는 친고죄가 아니어서 고소가 취하되더라도 처벌을 면할 수는 없습니다. 돈은 돈대로 갚고 처벌은 처벌대로 받게 되는 것이죠.

 

다만, 처벌 수위를 낮추기 위해 고소 취하를 부탁하는 겁니다. 나중에 수입업자의 처벌 여부를 확인해 보니, 비교적 가벼운 벌금형을 받았더군요.

5-4. 아내의 매서운 한마디

일주일쯤 지난 어느 날 저녁 식사자리였습니다. 식사 도중 아내가 갑자기 저를 빤히 쳐다보며 불쑥 말을 꺼냈습니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돈을 빌려준 것 같던데, 돈은 다  받았어?"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통화 녹음을 들을 때도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음악을 듣는 척하며 조심조심했건만,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해 아내에게 되물었습니다.

 

"어... 그게... 창피해서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알았어?"

 

"내가 그 정도 눈치도 없을 줄 알았어?" 아내가 매섭게 쏘아 부쳤습니다.

 

"사실은 말이야... 그런 일이 있었는데, 당신도 알고 있었구나!"

 

자초지종을 대략 얘기한 뒤 "그런데 말이야... 수사관도 이렇게 증거자료를 철저히 준비한 경우는 처음 본다고 하면서 칭찬하더라고!"라고 말하며 어깨를 으쓱했죠.

 

그러자 아내는 싸늘한 눈빛으로 저를 노려 보며 매서운 카운터 펀치를 날렸습니다.

 

"그게 무슨 자랑거리야? 애초부터 그런 일을 하지 말았어야지, 안 그래?"

 

아내의 날카로운 지적에 저는 할 말을 잃고 서둘러 자리를 떴습니다. 소파로 이동해 애꿎은 TV만 하염없이 쳐다보고 있었죠.

5-5. 맺음말

돈거래는 매우 신중해야 합니다. 특히 가까운 친구나 지인과의 돈거래는 더욱 위험할 수 있습니다. 빌려주기는 쉬우나 돌려받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앉아서 준 돈 서서도 못 받는다'는 속담이 괜히 있는 게 아닙니다.

 

이미 돈을 빌려준 뒤 돌려받지 못해 고민이라면, 먼저 증거 수집부터 차분히 시작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적 대응을 준비하는 과정이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상대방의 취약점을 알아내고 하나씩 증거를 모으다 보면  해결의 실마를 찾을 수도 있습니다.

 

◆  다음 제6화에서는 사기죄 증거를 수집할 때 주의해야 할 점들에 대해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그럼 제 6화에서 다시 만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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