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제3화(용도사기 증거 수집을 시작하다)에 이어서 제4화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이번 제4화에서는 사기죄 증거 수집을 마무리한 과정에 대해 소개하겠습니다. 제 경험이 빌려준 돈, 떼인 돈을 받아내는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
[ 목 차 ]
4-1. 사기 미수죄 추가를 위한 증거 수집
4-2. 빌려준 돈 상환 날짜 확정
4-3. 수집된 증거들에 대한 최종 확인
4-4. 사기죄 증거 수집 마무리
4-1. 사기 미수죄 추가를 위한 증거 수집
수입업자가 빌린 돈을 옥수수 수입에 사용하지 않았다는 통화 녹음을 확보했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꼼짝없이 사기죄에 걸려들게 할 수 있을까? 고민 끝에 떠올린 것이 바로 '사기미수'였습니다.
사기미수란 사기 행위를 시도했으나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적용되는 범죄입니다. 이를테면, 거짓된 계획으로 투자를 권유했지만 상대방이 거절한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거나 이득을 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범죄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기를 시도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처벌 대상이 됩니다.
앞서 수입업자가 제안했던 놀이기구 사업 투자(지난 제3화에서 다룬 내용이니 참고하기시 바랍니다)가 사기 시도였다고 판단하여, 이를 사기 미수죄의 증거로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먼저, 놀이기구 사업계획서를 얻기 위해 수입업자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지난번에 논의했던 놀이기구 투자 건으로 아내와 상의해 봤는데요. 사업계획서를 먼저 확인해보고 싶다는군요. 혹시 사업계획서를 갖고 계신가요?"
"그럼요,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세요"
"그러면 제 집주소로 등기우편 발송 부탁합니다. 집 주소는 문자로 알려드릴게요"
사업계획서를 우편으로 요청한 이유는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향후 법적 절차 진행을 위해 수입업자의 주소를 확인하고. 둘째, 문자나 카톡대신 공식 우편물로 받은 사업계획서가 더 신뢰할 만한 증거가 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며칠 후 등기 우편으로 받은 사업계획서를 살펴보니, 너무나 부실해서 한눈에 봐도 급조된 허위 계획서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수입업자와 통화 재개를 위해 던진 미끼에 사기 미수 혐의까지 덤으로 걸려든 것이죠.
저는 곧바로 그 계획서에 적혀있는 놀이기구 설치 예정 장소로 향했습니다. 수원시 남문 사거리 인근의 한 극장 건물이었는데, 폐업한 지 오래된 허름한 건물이었습니다. 주변 부동산 몇 곳에 문의한 결과, 그런 계획 자체가 없을 뿐 아니라 실현 가능성도 전혀 없는 허위 계획임을 확인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나눈 대화를 휴대폰으로 녹음하여 증거로 확보했습니다.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르면, 타인 간의 대화를 몰래 녹음해 법적 증거로 사용하는 건 불법이지만, 본인이 직접 대화에 참여하여 녹음한 경우는 적법한 증거가 되기 때문이죠.
이렇게 허위 사업계획서와 그 계획이 거짓이라는 증언을 통해, 사기 미수 혐의를 뒷받침할 강력한 증거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4-2. 빌려준 돈 상환 날짜 확정
법적 조치를 위해서는 명확한 상환날짜를 확정해야 했습니다. 수입업자에게 처음 돈을 빌려줄 때 '한 달안에 갚겠다'는 애매한 약속만 받았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저는 수입업자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습니다.
"천만 원을 빌리면서 한 달안에 갚겠다고 했는데, 이미 9개월이 지났습니다. 도대체 언제까지 갚을 겁니까?"
"걱정 마세요, 한 달 안에 꼭 갚을 테니... 한 달만 더 기다려주세요"
"한 달... 한 달... 벌써 몇 번째 한 달입니까? 한 달이라는 말씀은 이제 그만하시고, 정확한 날짜를 말씀해 주세요"
"음... 5월 말... 그러니까 5월 말이요"
"5월 말이라니.... 그게 며칠이란 겁니까? 정확한 날짜를 알려주세요"
"뭐... 5월 31일 이죠... 뭐... 5월 31일요"
"알겠습니다. 틀림없이 5월 31일입니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니 날짜를 꼭 지켜주세요, 이번에도 약속을 어기면 법적 조치를 할 겁니다"
이렇게 압박해서 '5월 31일'이라는 구체적인 상환 날짜를 확정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수입업자가 이 날짜까지 돈을 갚지 않을 경우, 즉시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이죠.
4-3. 수집한 증거들에 대한 최종 확인
예상대로 수입업자는 약속한 5월 31일까지 돈을 갚지 않았습니다. 이제 법적 조치를 위한 마자막 단계로, 그동안 수집한 증거들을 최종 확인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다음의 세 가지 핵심 질문을 작성하여 카카오톡 메시지와 내용증명 우편으로 수입업자에게 전달했습니다.
첫째, 옥수수를 실제로 수입했는지 알려주세요. 만약 수입했다면, 수입신고 서류를 카톡으로 전송해 주세요. 5일 이내에 회신이 없을 경우, 수입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하여 처리하겠습니다.
둘째, 빌려간 천만 원을 옥수수 수입대금으로 사용했는지 답변해 주세요. 만약 사용했다면, 증빙서류를 카톡으로 전송해 주세요. 5일 이내에 회신이 없을 경우, 수입대금으로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하여 처리하겠습니다.
셋째, 우편으로 송부한 놀이기구 사업계획서의 내용이 사실인지, 허위인지 답변해 주세요. 만약 사실이라면 그 근거를 카톡으로 전송해 주세요. 5일 이내에 회신이 없을 경우, 허위 계획서로 간주하여 처리하겠습니다.
카카오톡 메시지로 전달한 이유는, 송신한 메시지 옆의 숫자 '1'이 사라지면 상대방이 메시지를 확인했다는 사실을 정확히 알 수 있기 때문이었죠.
메시지를 보낸 지 10분쯤 지나자 숫자 '1'이 사라졌습니다. 수입업자가 메시지를 확인한 것이죠.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도록 아무런 응답이 없었습니다. 이는 수입업자가 천만 원을 옥수수 수입대금으로 사용하지 않았고, 놀이기구 사업 계획도 허위였음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었습니다.
4-4. 사기죄 증거 수집 마무리
약 3개월간의 체계적인 노력 끝에, 사기죄 고소에 필요한 증거 수집을 마무리했습니다. 이제는 수집한 증거들을 정리하고, 고소 절차 진행을 준비할 시점이 된 것이죠.
지금까지 수집한 주요 증거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중국에서 옥수수가 수입되지 않았다는 수입업자의 통화 녹음
2) 허위로 작성된 놀이기구 사업 계획서
3) 놀이기구 사업 계획이 허위라는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증언
4) 빌린 돈의 상환날짜(5월 31일)를 확정한 수입업자의 통화 녹음
5) 옥수수 수입 여부, 빌려간 돈의 옥수수 수입대금 사용 여부, 놀이기구 사업 계획의 사실 여부에 대한 질문과 수입업자의 무응답 기록
이제 남은 절차는, 이 증거들을 바탕으로 사기죄 고소장을 작성하고 제출하는 일입니다. 과연 이러한 노력들이 결실을 맺어 빌려준 돈을 받아낼 수 있을까요?
◆ 다음 제5화에서는 사기죄 고소장 제출과 이후 수입업자에게 빌려준 돈을 모두 돌려받기까지의 과정을 상세히 소개하겠습니다. 그럼 제5화에서 다시 만나기를 기대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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