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제2화에서는 수입업자에게 천만 원을 빌려준 경위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이번 제3화에서는 천만 원을 빌려준 뒤 무슨 일이 이 있었는지, 그리고 어떤 방법으로 용도사기 증거를 수집했는지에 대해 소개하겠습니다. 제 경험이 빌려준 돈, 떼인 돈을 받아내는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
[ 목 차 ]
3-1. 사기죄로 고소 결심
3-2. 용도사기의 개념 발견
3-3. 옥수수 수입여부 확인
3-4. 빌려준 돈 사용처 확인
3-5. 사기죄 증거 추가 수집
3-1. 사기죄로 고소결심
수입업자는 약속한 날로부터 2개월이 지나도록 돈을 갚지 않았고, 전화도 잘 받지 않았습니다. 어쩌다 연락이 되면 "한 달만 더 기다려달라"는 말만 반복했고, 어느새 6개월이 지났습니다.
오랜만에 통화가 된 어느 날, 저는 참았던 분노를 터뜨리며 빨리 돈 갚으라고 소리를 지르며 다그쳤죠. 그런데 그는 "당신 돈 떼먹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말라"며 오히려 화를 내고 전화를 끊어버렸습니다.
수입업자의 태도로 보아 돈 갚을 의사가 전혀 없어 보였습니다. 채권추심업체에 의뢰해 보았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습니다. 정작 빌려준 돈은 한 푼도 받지 못한 채 추심수수수료만 지불하게 되었죠.
더 이상 선택지가 없다고 판단한 저는 수입업자를 사기죄로 고소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사기죄로 고소당해 처벌받을 상황에 몰리면 돈을 갚을 수밖에 없을 거라는 생각이었죠.
3-2. 용도사기의 개념 발견
수입업자를 사기죄로 고소하려면 확실한 증거가 필요했지만, 제가 가진 유일한 증거는 천만 원을 송금한 이체내역뿐이었습니다. 이 정도 증거로는 무혐의 처분될 게 분명해 보였죠.
결정적인 증거가 어떤 것인지 알아보기 위해, 도서관에 가서 형법 책들을 훑어보던 중 생소한 용어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바로 '용도 사기'라는 개념이었는데, 돈을 빌릴 때 말한 용도와 다르게 사용했을 경우 '용도사기'가 성립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개념을 잘 활용하면 수입업자에게서 돈을 받아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저는 수입업자가 빌린 돈을 어디에 사용했는지 확인해 보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돈의 사용처를 확인하려면 그와 통화를 해야 했지만, 일부러 전화를 받지 않아서 쉽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상황 타개를 위해 '돈을 벌 수 있는 좋은 투자처를 소개해 달라'는 문자를 수입업자에게 보냈습니다. 제 전화를 일부러 피하는 그와 통화 재개를 위해 미끼를 던진 것이죠.
미끼의 효과는 바로 나타났습니다. 문자를 보낸 지 10분도 채 되지 않아 수입업자로부터 전화가 왔고, 그는 흥분된 목소리로 새로운 사업 계획을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요즘 일본에서 인기 있는 '공중부양' 놀이기구를 도입하려고 하는데요. 경기도 수원에 이 놀이기구를 설치할 계획인데, 대박이 날 것 같아요"라며 저에게 투자를 권유했습니다.
제가 관심 있는 척하며 적절히 장단을 맞추자, 그는 더 열정적으로 설명을 이어갔습니다.
"이 놀이기구는 건물 내부에 커다란 원통형 진공관을 설치하고, 그 안에 들어가면 마치 우주선 안처럼 사람이 공중에 둥둥 떠다닐 수 있어요. 정말 획기적인 아이디어예요"
제가 던진 미끼를 수입업자가 덥석 물은 겁니다. 이렇게 해서 통화 재개에 성공했습니다. 이제 다음 단계는 중국에서 옥수수가 실제로 수입되었는지 알아내는 일입니다.
3-3. 옥수수 수입 여부 확인
며칠 후, 저는 다시 수입업자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미끼를 물은 탓인지 이번에는 곧바로 전화를 받았습니다. 처음엔 놀이기구 투자에 대해 얘기하다가, 옥수수 수입 문제로 화제를 돌렸습니다. 중국에서 옥수수가 실제로 수입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죠.
"지난번에 얘기했던 중국 옥수수는 잘 도착했나요. 나도 한번 먹어보고 싶은데 한 박스만 살 수 있을까요?"
"아... 그거요... 아직 도착하지 않았어요"
"아니, 6개월 전에 수입한다고 했는데 아직까지 도착하지 않았다고요?
"음... 그게... 옥수수가 중국에서 수출 검역에 걸렸어요"
"수출 검역에 걸리다니 그게 무슨 말이죠?
"아니... 나도 어떻게 된 건지 잘 모르겠어요. 계속 알아보는 중이에요"
"그럼 언제쯤 도착할 것 같아요?"
"글쎄요... 언제쯤 도착할 건지 지금으로선 알 수 없네요"
수입업자는 말을 더듬으며 당황한 목소리로 애매모호하게 대답했습니다.
이 대화를 통해 저는 옥수수가 수입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추궁하면 다음부터 전화를 받지 않을 것 같아 일단 전화를 끊었습니다.
이제 다음 단계는 수입업자가 빌린 돈을 어디에 썼는지 알아내는 일입니다.
3-4. 빌려준 돈 사용처 확인
또 며칠 후, 수입업자가 빌린 돈을 어디에 썼는지 알아내기 위해 다시 전화를 걸었습니다. 제 의도를 눈치채지 못하게 처음엔 놀이기구 투자 얘기를 하다 옥수수 수입 문제로 화제를 돌렸습니다.
"중국에서 옥수수가 아직도 도착하지 않았나요?"
"네, 아직 도착하지 않았어요"
"아니, 옥수수 수입한다고 말한 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도착하지 않았다니 좀 이상하네요. 혹시 중국에 있는 동생이 대금을 못 받아서 옥수수를 보내지 않은 건 아닐까요?"
"아니... 그럴 리가 없어요. 6개월 전에 이미 대금을 지불했거든요"
"그래요, 그럼 어느 은행을 통해 대금을 지불했어요? 은행에 확인해 보면 대금 지불 여부를 알 수 있을 텐데... 혹시 확인해 보셨어요?"
"아... 그게... 은행을 통해 지불하지 않았어요. 마침 중국에 가는 친구가 있어서 그 친구 편으로 보냈어요"
"친구를 통해 보냈다고요? 혹시 그 친구가 깜빡 잊고 동생에게 대금을 전달하지 않았을 수도 있잖아요. 제대로 전달됐는지 확인해 봤어요?"
"아니... 확인할 필요가 없죠... 아주 친한 친구라서 당연히 전달했을 거예요" 수입업자의 목소리에는 당혹감이 묻어났습니다.
이 통화로 저는 또 하나의 중요한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국제거래에서 은행 대신 개인을 통해 대금을 지불하는 것은 매우 비정상적인 일입니다. 이는 수입업자가 빌린 돈을 옥수수 수입대금으로 사용하지 않았다고 자백한 것이나 다름없었죠.
3-5. 사기죄 증거 추가 수집
통화를 마친 후, 저는 휴대폰에 자동 녹음된 대화 내용을 반복해서 들으며 두 가지 중요한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첫째, 수입업자가 옥수수를 수입하지 않았다는 점. 둘째, 그가 빌린 돈을 옥수수 수입대금으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이 두 가지 사실은, 수입업자가 돈을 빌릴 때 말한 용도대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용도 사기'의 증거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 통화 내용만으로는 수입업자를 사기죄로 고소하기엔 충분치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수입업자가 사기죄에서 빠져나갈 수 없도록 추가 증거를 수집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과연 어떤 증거를 추가로 확보해야 수입업자를 사기죄에 꼼짝없이 걸려들게 할 수 있을까요?
◆ 다음 제4화에서는 수입업자가 사기죄에서 빠져 나갈 수 없도록 하기 위해 어떤 증거를 추가로 확보했는지, 그 과정을 상세히 소개하겠습니다. 그럼 제4화에서 다시 만나기를 기대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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