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땅을 구입하려고 하시나요? 도시인들이 시골 땅을 구입할 때 실제 가격보다 훨씬 비싸게 구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바로 부동산 중개업자들의 '인정 작업' 때문인데요.
이 글에서는 제가 시골에서 부동산 중개업소를 직접 운영하며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시골 땅을 저렴하게 구입하는 방법에 대해 소개하겠습니다.
[ 목 차 ] 1. '인정 작업'이란 무엇일까? 2. 시골 땅을 구입하면서 바가지 썼던 경험 3. 시골 땅 저렴하게 구입하는 방법 4. 시골 부동산 중개업소의 현실 5. 맺음말 |
1. '인정 작업'이란 무엇일까?
'인정 작업'이란 부동산 업계에서 사용하는 용어로써, 매도인이 부동산 중개업소에 내놓은 가격보다 더 비싸게 팔릴 경우 그 차액을 부동산 중개업자가 갖기로 미리 약속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매도인이 부동산 중개업소에 1억 원에 내놓은 땅이 1억 3천만 원에 팔릴 경우, 당초 내놓은 가격과 매도 가격과의 차액인 3천만 원을 중개업자가 갖는 것입니다. 이 과정을 단계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매도인이 자신의 땅을 1억 원에 팔아달라고 부동산 중개업소에 내놓습니다.
둘째, 중개업자는 "1억 원에 팔아주겠다. 만약 1억 원 이상에 팔릴 경우, 1억 원을 초과한 금액은 내 몫으로 인정해 달라. 대신 중개수수료는 받지 않겠다"라고 제안합니다. 즉, 1억 3천만 원에 팔리면 중개업자가 3천만 원을 갖겠다는 뜻입니다.
셋째, 매도인은 중개업자의 제안을 수락합니다. 1억 원에 팔기로 한 땅이 1억 3천만 원에 팔리면, 3천만 원은 중개업자의 노력에 대한 보상으로 인정하겠다는 뜻입니다.
결과적으로 매도인은 중개수수료를 내지 않고도 1억 원을 모두 받을 수 있고, 중개업자는 중개수수료보다 훨씬 많은 3천만 원의 수익을 올리기 때문에 양측 모두에게 이익이 됩니다.
만약 매도인이 이 제안을 거절할 경우, 중개업자는 '먹을 게 별로 없다'라고 판단하여 그 땅에 대한 관심을 잃게 됩니다. 이로 인해 판매하기 어려운 땅이 됩니다. 그래서 매도인은 가능한 빨리 팔고 싶은 마음에 중개업자의 제안을 수락하는 겁니다.
넷째, '인정 작업'이 마무리되면, 중개업자는 현지 시세에 어두운 외지인(서울 등 대도시 거주자)을 상대로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을 제시한 뒤 흥정을 시작합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중개업자는 가짜 매수인을 투입해 경쟁을 부추기기도 하고,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고객을 속이기도 합니다.
다섯째, 거래가 성사되면 땅 판 대금 1억 3천만 원 중 1억 원은 매도인이 갖고, 나머지 3천만 원은 중개업자가 갖습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매도인과 중개업자는 이익을 얻지만, 매수인은 실제 가격보다 훨씬 비싸게 구입해 손해를 보게 됩니다. 즉, 바가지를 쓰게 되는 것이죠.
2. 시골 땅을 구입하면서 바가지 썼던 경험
저도 귀농을 위해 시골에 땅을 구입할 때, 매도인이 2억 6천만 원에 내놓은 땅을 3억 원에 구입한 적이 있습니다.
부동산 중개업자는 처음에 3억 4천만 원을 요구했습니다. 몇 차례 흥정 끝에 결국 3억원에 계약을 맺었습니다. 3억 4천만 원 요구한 땅을 3억 원에 사게 되니 날아갈 듯한 기분이었죠.
하지만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충격적이었습니다. 매도인이 실제로는 2억 6천만 원에 팔아 달라고 했다는 겁니다. 부동산 중개업자의 교묘한 속임수에 넘어가 4천만 원이나 바가지를 쓴 것이었죠. (자세한 이야기는 다른 '카테고리'의 글에서 추후 소개할 예정이니 한 번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매우 흥미진진합니다)
귀농 후 시골에 살면서 "서울에서 온 사람이 누구네 땅을 샀는데, 중개업자가 땅 주인보다 더 많이 먹었다더라"라는 황당한 얘기를 종종 듣곤 했습니다. 처음엔 이게 무슨 말인가 싶었는데, 제가 부동산 중개업소를 직접 운영한 뒤에야 무슨 말인지 알게 되었죠.
3. 시골 땅 저렴하게 구입하는 방법
그렇다면 부동산 중개업소를 통해 사고 싶은 땅을 찾았을 때, 어떻게 하면 바가지 쓰지 않고 싸게 구입할 수 있을까요?
바로 땅 주인과 직접 거래하는 것입니다. 다만 이 방법은 중개업자의 매물을 중간에서 가로채는 결과가 되므로, 잘못하면 욕 바가지 먹습니다. 따라서 다음의 단계에 따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1) 마을 이장 또는 마을 회관 방문
중개업소를 통해 사고 싶은 땅을 발견한 경우, 가격 흥정을 중단하고 중개업자와 헤어집니다. 그런 다음 해당 땅이 위치한 마을의 이장님이나 마을회관을 방문합니다. 이곳에서 땅 주인의 연락처를 알아낼 수 있습니다.
마을 이장님이나 마을회관 어르신들은 그 지역 토지에 대해 손금 보듯 알고 있습니다. 방문할 때는 작은 선물(음료수 등)을 준비해 가면 이야기가 잘 풀립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니까요.
2) 땅 주인과 직접 가격 협상
땅 주인을 직접 만나 가격을 협상합니다. 이때 중개업소를 통해 땅을 알았다거나,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 왔다고 말하면 절대 안 됩니다. 중개업소를 통해 땅을 알았다고 하면 땅 주인은 입을 꾹 닫아버릴 것이고, 대도시에서 왔다고 하면 현지 시세를 모르는 사람이라 여겨 바가지 씌울 수도 있습니다. 옛날과 달리 요즘은 시골 사람들 얕보다간 큰코다칩니다.
3) 법무사나 변호사 사무실에서 매매 계약 체결
가격 협상이 마무리되면, 땅 주인과 함께 법무사나 변호사 사무실을 방문합니다. 여기서 약간의 수수료를 지불하고 계약을 체결하면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방법으로 땅을 구입하면 부동산 중개업자에게 바가지 쓸 일도 없고, 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습니다.
4. 시골 부동산 중개업소의 현실
그렇다고 모든 부동산 중개업자들이 바가지를 씌우는 건 아닙니다. '인정 작업'을 하더라도 양심적으로 거래하는 중개업자도 많습니다. 현지 시세에 어두운 외지인을 상대로 폭리를 취하는 극소수 일부 중개업자들이 문제인 것이죠.
하지만 '인정 작업'을 해야 하는 시골 중개업소의 어려운 현실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도시와 달리 시골 부동산 중개업소의 경우 중개수수료만 받아서는 용돈 벌기도 빠듯합니다. 몇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중 가장 현실적인 이유는 이렇습니다.
1) 낮은 거래 가격
시골 부동산 거래 가격은 대도시에 비해 훨씬 낮기 때문에 중개 수수료도 낮게 책정됩니다. 서울의 아파트 한 채 거래하면 수백만 원 이상의 수수료를 받을 수 있지만, 시골의 부동산은 몇 십만 원이 고작이죠.
2) 높은 임장 비용
'임장'이란 부동산 업계에서 사용하는 용어로써, 해당 부동산을 직접 방문하여 주변 환경 등을 확인하는 행위입니다.
대도시와 달리 시골 땅은 넓은 지역에 흩어져있고, 부동산 사무실과도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에 따라 중개업자가 고객과 함께 매물을 보러 다니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듭니다. 반면 대도시의 부동산 매물은 대부분 아파트로써, 부동산 사무실 주변에 밀집돼 있어 시간과 비용이 훨씬 적게 듭니다.
이러한 현실적 이유 때문에 시골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인정 작업'을 통해 추가 수익을 올리려는 유혹에 빠지게 됩니다.
제가 시골에서 부동산 중개업소를 직접 운영해 보니, '인정 작업'을 통해 폭리를 취하지 않고서는 용돈 벌기도 힘들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죠. 하지만 고객을 속이는데 소질이 없던 저로서는, 중개수수료만으론 사무실 유지가 힘들어 결국 1년 2개월 만에 문을 닫고 말았습니다.
5. 맺음말
그렇다면 대도시 부동산들은 '인정 작업'을 하지 않을까요? 물론 아파트처럼 가격이 비교적 투명한 부동산은 '인정 작업'을 할 수 없을 겁니다. 하지만 거래 금액이 큰 토지나 건물은 어떨까요?
제가 대도시에서 부동산 중개업소를 운영해 본 경험이 없어 정확한 상황을 알 수 없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독자들 스스로 판단해야 할 것 같습니다.
'망설이면 놓치고, 서두르면 당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사고 싶은 땅을 발견하고도 바로 계약하지 않고 머뭇거리면 다른 사람에게 빼앗기고, 너무 서두르면 바가지 쓴다는 뜻일 겁니다. 거래 금액이 큰 부동산을 구입할 때는 항상 이 말을 가슴에 새겨야 합니다.
귀농이나 전원주택용으로 시골 땅을 구입하려는 분들께 이 글이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인정 작업'을 할 수밖에 없는 시골 부동산 중개업자들의 속사정도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도시인들이 시골에 땅 살 때 '호구되지 말자'고 쓴 글인데, 막상 쓰고 보니 부동산 중개업에 종사하시는 분들께 누가 되지 않을까 염려되기도 합니다. 혹시 부동산 중개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이 글을 읽는다면 깊은 양해 바랍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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